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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드라마 시리즈 9편
2018년 tvN 드라마 · 직장 · 인간관계 · 삶과 위로
목차

직장 드라마라고 하면 보통 성공과 경쟁, 승진과 조직생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는 조금 다릅니다.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보다 회사와 가족, 인간관계 속에서 지쳐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2018년 tvN에서 방송된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주인공 박동훈은 건축구조기술사로 일하는 45세의 직장인입니다. 특별히 화려한 성공을 거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인생에 큰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입니다.
그런 박동훈 앞에 스물한 살의 파견직 직원 이지안이 나타납니다. 가진 것도 없고 세상에 대한 믿음도 거의 없는 지안은 박동훈을 처음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 박동훈
박동훈은 화려한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건축구조기술사라는 전문직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도 아니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빠르게 승진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고, 무리해서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고 대학 후배가 대표이사로 올라서도 그는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견뎌냅니다.
하지만 박동훈의 인생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평온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후배가 자신의 상사가 되어 있고, 가정에서는 아내와의 관계가 이미 멀어져 있습니다. 두 형제 역시 각자의 실패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tvN 공식 인물 소개에서도 박동훈은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주의 성향의 인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이지안이라는 사람이 그의 삶에 들어오면서 평범하게 버티던 그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박동훈이 특별한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회사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가정에서도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형제들의 문제까지 떠안고 살아가는 모습은 실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중년 남성과 닮아 있습니다.
스물한 살 이지안이 박동훈을 바라보게 된 이유
이지안은 박동훈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차가운 면을 너무 많이 경험했고, 사람을 믿기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지안에게 삶은 따뜻한 공간이 아닙니다. 빚에 시달리고 생활고를 겪으며,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먼저 만나왔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파견직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고, 회사 사람들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동훈은 조금 달랐습니다. 박동훈 역시 자신의 삶이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주변 사람을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지안은 처음에는 박동훈을 이용하려 했지만 그가 자신과 비슷하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그리고 박동훈 역시 지안의 거친 행동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상처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동훈은 지안에게 세상에 아직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지안은 박동훈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감정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인간관계
나의 아저씨는 따뜻한 인간관계만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경쟁이 박동훈과 이지안의 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박동훈은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게다가 대학 후배인 도준영이 대표이사가 되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상황까지 받아들여야 합니다.
도준영은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와 과거부터 이어진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사실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가정의 문제를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박동훈을 회사에서 밀어내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평범했던 그의 직장생활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특히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개인적인 감정과 업무적인 이해관계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누군가에게는 승진이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회사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이지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박동훈을 돕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한 행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박동훈과 이지안은 서로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역시 박동훈과 이지안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를 단순한 로맨스로 바라보면 작품의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보다 먼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됩니다.
박동훈에게 이지안은 자신이 그동안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반대로 이지안에게 박동훈은 처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어른에 가깝습니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나이 차이나 사랑이라는 단순한 틀보다 사람이 사람을 살게 만드는 관계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tvN 공식 소개에서도 이 작품을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는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동훈과 이지안은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도록 만들어줍니다.
박동훈 삼형제가 보여주는 중년의 삶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과 이지안만큼 중요한 이야기가 바로 박동훈 삼형제의 삶입니다.
첫째 박상훈은 오랫동안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사업까지 실패하면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막내 박기훈은 한때 영화계에서 주목받았지만 오랫동안 감독 데뷔를 하지 못한 채 꿈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영화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박동훈 역시 결코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 형제는 서로를 놀리고 술을 마시며,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결국 서로의 편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삼형제의 이야기는 중년의 삶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축입니다. 젊었을 때 꿈꾸었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돈이 많지는 않아도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실패를 놀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와주는 관계. 그것이 이 작품에서 가족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나의 아저씨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
나의 아저씨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동훈은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회사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이지안 역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버거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밉니다.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옆에 있어주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들 때 한 번 더 생각해줍니다.
이것이 나의 아저씨가 다른 직장 드라마와 다른 점입니다. 미생이 회사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좋소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사합니다가 회사 내부의 비리와 감사 업무를, 대행사가 승진과 조직 경쟁을 보여줬다면, 나의 아저씨는 그 회사생활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내도 집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고, 가족 때문에 웃다가도 가족 때문에 마음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직장인의 삶은 회사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직장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가족 드라마이고,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지친 사람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나의 아저씨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입니다.
박동훈은 회사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이지안은 어린 나이부터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면서 조금씩 상대방의 상처를 이해하게 됩니다.
여기에 박동훈의 두 형제와 어머니, 회사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많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직장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박동훈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성공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결국 나의 아저씨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편안함에 이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면,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하루를 버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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